[KOTRA 칼럼] 구글, 역전승으로 오라클 눌렀다
자바(Java)는 1994년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이하 “썬”)가 개발한 프로그래밍 언어이다. 2005년 구글은 모바일 기기에 사용할 자바 플랫폼을 라이선스 받고자 썬과 계약 협상을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구글은 자바 API 패키지 37개의 선언 코드와 구조·순서·구성(SSO)을 베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개발했고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무료로 배포하였다. 구글이 2007~2015년 사이 420억 달러가 넘는 광고 수익을 올린 반면, 썬은 무료 안드로이드로 인해 자바의 라이선스 전략에 치명타를 입었다. 오라클은 2010년 썬을 인수한 후 구글을 상대로 자바 API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지방법원에선 구글이,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선 오라클이 승소하며 반전을 꾀했으나, 연방대법원에선 구글이 역전승을 거두었다. 2021년 4월 5일자 대법원 판결문 Google LLC v. Oracle America, Inc.는 자바 API가 저작권법으로 보호받는지 명시하지 않았지만, 저작권법 17 U.S.C. § 107에 열거된 다음 네 가지 요소에 비추어볼 때 구글의 자바 API 복제 행위는 공정이용이라고 판시하였다. 1. 저작물의 성격=구글이 베낀 자바 API 선언 코드는 미리 작성된 자바 코드를 호출하는 단축 키 역할과 태스크를 배열·분류·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즉, 작업을 실행시키는 코드와는 확연히 다르다. 따라서 선언 코드의 가치는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자바 API 시스템을 숙지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구글이 베끼지 않은) 오라클 관련 실행 프로그램들이 널리 쓰이도록 장려한다는 데에 있다. 대법원은 선언 코드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더라도 높은 독창성이 요구되는 실행 코드와는 구분되며, 저작권 보호 대상의 핵심축에서 벗어나 있으므로 공정이용이 인정될 여지가 크다고 하였다. 2. 이용의 목적과 성격=프로그래머들이 손쉽게 쓸 수 있는 신규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에 구글이 자바 API 일부를 활용한 것은 저작권을 통해 창의적인 진보를 촉진하고자 한 미국 헌법의 취지에 부응한다. 구글은 스마트폰 환경에 꼭 필요한 자바 API만 선택적으로 복제했고, 소프트웨어 호환을 위한 API 재사용은 업계에서 흔하다. 대법원은 구글이 자바 API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은 맞지만, 여러 정황상 변형성이 높다고 보았다. 3. 저작물 전체에서 이용한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도=복제한 분량이 정당하고 변형적인 목적에 직결되는 경우, 공정이용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구글은 1만1500줄에 달하는 선언 코드를 베꼈지만 이는 구글이 베끼지 않은 수백만 줄에 비하면 미미하며, 프로그래머들에게 선언 코드는 필수 불가결하다. 따라서 대법원은 구글의 행위가 공정이용이었다고 결론지었다. 4. 해당 이용 행위가 저작물의 잠재적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대법원은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오라클이 구글과 경쟁하지 않았고, 안드로이드의 수익성은 프로그래머들이 자바 프로그램을 배우고 활발히 써온 것과 관련 있다고 보았다. 또한 프로그래머들에게 어필할 다른 API를 새로 만들어내기 어렵고 큰 비용이 든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법원이 오라클의 저작권 행사를 허용할 경우 자바 선언 코드에 대한 열쇠는 오라클이 독점하게 되고, 이 때문에 독창적인 저작활동을 장려하는 저작권법의 취지와 공익에 반하는 결과가 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11년간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이 구글의 자바 API 복제 행위를 공정이용으로 인정한 덕분에 구글은 약 88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되었다.